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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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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마 주 2024. 2. 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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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령관, “국방장관 지시로 이첩 보류” 주장
‘VIP 격노설’ 손사래…통화 여부 “답변 거부”
“영웅심리로 해병대 흔들어”…박 대령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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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의 재판 첫 증인으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출석했다. 그는 ‘‘경찰로 사건을 넘기지 마라’는 지시는 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박 대령이 자신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는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지칭) 격노설’은 부인했다. 박 대령의 행동이 ‘영웅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중앙지역군사법원1일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이날 오후 4시께 해병대사령부 중회의실에서 박 대령에게 (당시 국외에 있었던) 이 전 장관이 귀국 때까지 사건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 쪽은 “명확한 (이첩 보류)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맞붙었다.

검찰 주신문 뒤 반대신문에 나선 박 대령 쪽은 지난해 7월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시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이 전 장관이 결재를 해놓고도 하루 만에 이첩 보류를 명령한 것은 부당한 지시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박 대령 쪽 변호인은 김 사령관에게 “이 장관이 이첩 보류로 입장을 안 바꿨으면 8월2일에 사건이 이첩되는 걸 막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이첩은) 계획된 것이었으므로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없었으면 정상적으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사령관대통령실이나 국방부 등과 관련된 언급이 나올 때마다 과민 반응을 보였다. 박 대령 쪽 변호인이 국가안보실 쪽에서 김 사령관에게 해병대수사단 조사보고서를 요청했던 사실 등을 근거로 “국가안보실도 채 상병 수사에 따른 후속 조처에 관심 있던 것 아닌가”라고 묻자 “(당시) 국민적으로 관심 없었던 데가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이 전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당일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김 사령관이 여섯차례 통화한 기록을 제시하며 “통화한 사실이 맞느냐”라고 묻자 “답변을 거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자신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는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지칭) 격노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재판장이 “대통령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냐’고 질책했고 국방 관련해 이렇게까지 격노한 적이 없다는 말을 (박 대령에게) 한 사실이 있나”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 사령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박 전 단장을 겨냥해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 가치를 내세웠다”며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과 영웅심리로 흔들어선 안 된다. 항명 사건이 없었다면 이미 진상은 규명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령관 퇴장 이후 발언권을 얻은 박 전 단장은 “사령관님은 정말 부하를 위하고 해병대를 사랑하는 분으로 가슴 깊이 존경해왔고 충성으로 보답해왔다”며 “오늘 참담한 일을 (겪으며) 현장에서 얼마나 고충이 심하실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는 해병대 예비역 등이 80여석의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김 사령관이 퇴정할 때 방청석에선 “김 사령관 정신 똑바로 차려라”라고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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